가끔은 눈물을 흘리는 것보다 참는 게 더 어렵다. QWER의 ‘눈물 참기’는 그런 순간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곡이다. 미니 3집의 타이틀곡으로 공개된 이 노래는 단순한 이별이나 슬픔의 서사를 넘어, 감정을 소화하고 자신과 마주하는 과정을 그린 뮤직비디오로 많은 공감을 자아낸다. 이번 글에서는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중심으로, QWER가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는지 차분히 들여다본다.
1. QWER라는 팀, 왜 특별한가
QWER는 단순히 “밴드 음악을 하는 아이돌”이 아니다. 이들은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음악과 영상에 풀어내는 스토리텔링형 밴드다. 음악적으로도 유니크하지만, 무엇보다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팀 색깔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타 그룹과 차별화된다. ‘눈물참기’는 그 흐름의 정점이자, 새로운 전환의 예고편처럼 느껴진다.
2. 이야기는 ‘나’를 마주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뮤직비디오는 멤버 시연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초반, 젖은 우산을 들고 등장한 과거의 시연과, 그녀를 지켜보는 현재의 시연이 교차하며 묘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이는 단순한 1인 2역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가 조우하고, 결국 서로를 받아들이는 이야기.
카메라는 그들의 눈빛, 움직임, 침묵까지 놓치지 않는다. 마치 일기장을 펼치듯, 조심스럽고 섬세한 시선으로 감정을 따라간다.
3. 오브제가 들려주는 숨은 이야기
이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인상 깊은 요소 중 하나는 소품의 활용이다. 우산, 빗물, 일기장은 단지 배경을 채우는 오브제가 아니라, 서사를 끌어가는 언어로 기능한다.
- 우산은 감정을 막으려는 방패처럼 보인다.
- 빗물은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들이 흘러내리는 이미지다.
- 그리고 일기장은 과거의 기록이자, 자기 자신을 정리하는 도구다.
이런 오브제를 통해 시청자는 자연스레 스토리에 몰입하게 된다. 감정을 대사 없이도 설명해 내는 연출이 이 뮤비의 강점이다.
4. 빗속 연주는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다
중반부, 비 내리는 공간에서 멤버들이 각자 악기를 들고 연주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이는 ‘밴드 그룹’이라는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혼돈과 감정의 폭풍 속에서도 음악으로 버텨낸다는 메시지처럼 다가온다.
특히 네 명이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각기 다른 정서를 품고 있지만 결국 하나로 수렴된다. 그것이 바로 이 팀의 매력이고, 뮤직비디오가 지닌 핵심 상징이기도 하다.
5. 엔딩의 여운, 그리고 진짜 눈물참기
후반부, 현재의 시연이 과거의 시연에게 일기장을 건네며 사라지는 장면은 많은 해석을 가능케 한다. 결국 현재의 ‘나’가 과거의 ‘나’를 받아들이고, 그 감정의 무게를 기록이라는 방식으로 봉인하는 것이다. 이어 등장하는 연필 스케치 장면은 한 시대를 정리하고 기억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 장면은 극적인 울음을 유발하기보다는, 조용한 울컥함을 남긴다. 눈물을 참는다는 건 결국 삼켜내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는 메시지가 진하게 새겨진다.
6. 팬들의 반응, 그 다양성과 해석의 깊이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자마자 팬들은 각자의 언어로 공감을 표현했다.
- “시연 보컬이 이 곡에서 완전히 터졌다.”
- “90년대 일본 인디 감성을 이렇게 세련되게 풀어낼 수 있다고?”
- “이번 뮤비 보고 울컥했는데, 왜인지 모르게 위로가 됐음.”
특히 시연의 과거 모습이 일본 연습생 시절을 연상케 한다는 해석도 많았다. 현실과 픽션의 교차점에서 이 곡이 주는 무게는 더 커졌다.
7. 개인적으로 이 뮤비가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
이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서 드는 감정은 단순히 “슬프다”가 아니다. 오히려, 나도 한 번쯤 그렇게 감정을 참아본 적 있다는 묘한 동질감.
그리고 그런 경험이 있어야만 이 영상이 던지는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눈물 참기’는 시간을 들여 찬찬히 곱씹어볼수록 더 깊이 와닿는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무래도 비 속 밴드 연주였다. 감정의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고 연주를 이어나가는 모습에서 버텨낸다는 감정이 어떤 건지 시각적으로 느껴졌다.
8. ‘눈물참기’는 끝맺음이자, 다음을 위한 포문
이 뮤직비디오는 지금까지 이어져 온 QWER의 내러티브를 하나로 봉인하면서도,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여운을 남긴다. 감정을 숨기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담담하게 마주하고, 기록하고, 나아간다는 메시지가 이 팀의 정체성과도 잘 맞닿아 있다.
‘눈물참기’는 단지 눈물을 참는 법이 아니라, 자신을 지켜내는 또 하나의 방식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