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블랙핑크의 제니가 발표한 두 번째 솔로곡 “like JENNIE”의 뮤직비디오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이번 작품은 단순한 컴백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제니라는 아티스트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농도 깊게 담아낸 미디어 콘텐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 연극처럼 짜인 세계관, 무대 위의 한 사람
뮤직비디오는 붉은 커튼이 천천히 열리며 시작됩니다. 마치 관객이 하나의 연극을 보듯, 관찰자적 시점에서 제니의 세계를 들여다보게 되죠. 이번 앨범 [Ruby]는 셰익스피어의 『As You Like It』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졌으며, 뮤직비디오는 그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니는 단순한 등장인물이 아니라, 연극의 주인공이자 이야기의 해설자, 연출자까지 모두 겸한 듯한 태도로 무대를 이끌어갑니다. 그로 인해 뮤직비디오는 단순한 영상 콘텐츠가 아닌, 하나의 퍼포먼스 예술로서 기능하게 됩니다.
2. 리듬 위를 유영하는 제니의 새로운 사운드
“like JENNIE”는 아프로비트 기반의 댄스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전 솔로곡 “SOLO”에서 들을 수 있었던 힙합과 팝의 결합과는 사뭇 다른 색채를 띠며, 장르적으로도 신선한 시도라 할 수 있겠습니다.
리듬 자체는 느슨한 듯하면서도 생동감 있고, 제니의 보컬은 그 위를 가볍게 스치며 흐릅니다. 빠르지 않지만 확실한 임팩트를 전달하는 구조 덕분에, 듣는 이로 하여금 한 문장 한 문장을 되새기게 하는 힘이 느껴집니다. 특히 곡 후반부로 갈수록 고조되는 감정선은 영상과 어우러지며 몰입도를 더합니다.
3. 안무로 표현되는 존재감
안무는 위댐보이즈(WDBZ)가 맡아 완성하였으며, 동작 하나하나가 제니만의 ‘존재감’을 시각화한 듯한 인상을 줍니다.
크게 과장되지 않고 간결하면서도 확실한 움직임들로 구성되어 있어, 마치 몸짓 하나로 감정을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전달됩니다.
특히 손끝의 방향, 시선 처리, 무릎을 굽혀 낮게 시작하는 자세 등은 고요하면서도 강렬한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이러한 안무는 챌린지 영상으로도 확산되고 있으며, 팬들과 대중 모두가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친근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습니다.
4. 모든 것이 붉다: 컬러로 상징된 정체성
뮤직비디오의 시각적인 핵심 키워드는 단연 ‘레드’입니다. 의상, 조명, 세트, 배경까지 붉은 톤이 지배하며, 이는 이번 앨범 제목인 [Ruby]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붉은색은 전통적으로 열정, 사랑, 고통, 에너지 등 복합적인 감정을 상징합니다. 이번 영상에서는 이 모든 감정이 교차하며 화면 속에 녹아들었고, 그 속에 놓인 제니는 때로는 연약하고, 때로는 강인하게 그 존재를 드러냅니다.
특히 벨벳 소재의 드레스, 불투명한 레이스, 클래식한 실루엣은 과거와 현재, 정제됨과 거침없음을 동시에 표현하며, 영상미 자체로도 강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5. 가사에 담긴 자기 선언
이번 곡에서 가장 인상 깊은 구절 중 하나는 “Who else got 'em obsessed like JENNIE?”라는 문장입니다. 다소 도발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자신에 대한 확신과 독립적인 자의식이 담겨 있습니다.
제니는 이번 곡의 작사·작곡에도 직접 참여했으며, 지코와의 협업을 통해 가사의 완성도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그녀의 페르소나는 타인의 시선에 반응하지 않고, 스스로의 언어로 자신을 정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메시지를 넘어서 하나의 방향성과 태도이기도 하며, 제니가 어떤 아티스트가 되길 원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생각됩니다.
6. 뮤직비디오의 서사와 구성
이번 뮤직비디오는 일반적인 내러티브 구조를 따르기보다는, 감정 중심의 상징적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분명한 이야기보다 단편적인 이미지, 시각적 상징, 감정의 파편들이 조합되어 하나의 서사를 이뤄내는 구조이죠.
마치 추상화 같은 이 구성 방식은 관객으로 하여금 ‘의미를 읽어내는’ 능동적인 감상을 유도합니다. 덕분에 같은 영상을 보더라도 각자가 받아들이는 감정의 결은 조금씩 다를 수 있고, 그 다층적인 해석이 영상의 예술성을 더욱 높여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7. 총평: 예쁜 영상 그 이상의 무게감
“like JENNIE”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세련된 퍼포먼스를 갖춘 뮤직비디오이지만, 그 안에는 단순한 ‘예쁨’을 넘어선 예술적 실험과 정체성 탐색이 공존합니다. 이는 단순히 솔로 활동으로만 설명되기보다는, ‘제니’라는 아티스트가 스스로의 이름 아래 만들어낸 독립적인 세계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입니다.
음악, 안무, 영상, 스타일링, 작사·작곡까지 전방위적으로 관여한 이번 작업은 그녀의 창작자로서의 역량을 다시금 확인시켜 줍니다. 단순한 스타가 아닌, 스스로의 목소리와 색을 가진 예술가로서의 제니. “like JENNIE”는 바로 그 가능성과 방향성을 보여준 중요한 이정표입니다.